부천퍼블릭에서 즐기는 와인 한잔

— 부천의 밤을 천천히 음미한 하루

요즘 나는 정말 숨 가쁘게 살아가고 있다. 일주일 내내 회사에 치여 살고, 주말에는 그동안 처리하지 못한 집안일과 개인 일정으로 정신이 없었다. 마치 수조 안에서 계속 헤엄쳐야만 하는 물고기처럼, 멈춰서 숨을 고를 시간조차 없는 기계적인 일상이었다.
그러다 문득, 예전에 좋아하던 것들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친구들과의 가벼운 술자리, 시끄럽지만 즐거웠던 노래방, 조용한 분위기에서 마시는 와인 한 잔… 이런 감성적인 순간들이 사라진 지 오래였다.

그래서 이번엔 ‘꼭 시간을 내자’는 마음으로, 오랜 친구들과 모임을 다시 잡았다. 어디에서 만날까 고민하다가 자연스럽게 떠오른 곳이 바로 부천퍼블릭이었다. 부천은 우리가 20대 초반부터 수없이 발자국을 남겼던 도시이기도 하고, 마냥 떠들고 노래하기 좋은 공간과 조용히 대화를 나누기 좋은 공간이 공존하는 독특한 곳이었다. 특히 부천퍼블릭은 최근 SNS에서도 꽤 감성적인 분위기로 인기를 끌고 있었고, 와인을 즐기기 좋은 곳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서 더욱 가보고 싶었다.


■ 부천역에서 시작된 하루

약속 장소는 언제나 그렇듯 부천역.
사람이 많고, 먹거리도 다양하고, 무엇보다 교통이 편해서 누구나 부담 없이 만날 수 있는 곳이다. 퇴근 시간과 겹쳤는지 역 주변은 이미 많은 사람들의 발걸음으로 붐볐고, 가게마다 문을 열고 손님을 부르는 활기찬 목소리가 넘쳐났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가볍게 인사를 나누고 근처 음식점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식사하면서 나눈 이야기들은 너무 많았다. 직장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최근 관심사가 무엇인지, 각자의 건강 상태까지. 다들 예전보다 조금 더 지쳐 있었고, 조금 더 어른스러워져 있었다. 그런데도 함께 있으면 어릴 때로 돌아간 것처럼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느낌이 있다. 그런 마음이 모임의 본질이 아닐까 싶다.

저녁을 마치고 밖으로 나서니 부천역의 밤은 더 화려해져 있었다. 거리마다 네온사인이 반짝이고, 곳곳에서 음악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순간 친구 한 명이 우리에게 손가락으로 간판 하나를 가리켰다.
바로 우리가 자주 갔던 부천역노래방이었다.

“여기 진짜 추억 많잖아.”
그 한마디에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대학교 다닐 때, 시험 끝나고 스트레스 풀러 가던 곳. 취업하고 마음이 무너졌을 때 서로 위로해주며 노래 불렀던 곳. 그 모든 순간이 한꺼번에 떠올랐다. 오늘의 목적지는 부천퍼블릭이었지만, 이곳을 지나치며 느꼈던 감정은 그 무엇보다 따뜻했다.


■ 드디어 들어선 부천퍼블릭, 첫인상부터 이미 좋았다

부천퍼블릭에 도착하자마자 느낀 건 ‘편안한 고급스러움’이었다. 과하지 않은 은은한 조명, 조용히 흐르는 재즈 음악, 곳곳에 놓인 예쁜 와인잔들.
어느 자리라도 앉는 순간 긴장이 스르륵 풀릴 것 같았다.
우리는 창가 쪽 자리에 앉았고, 직원분이 가져다 준 와인 메뉴를 펼쳐 보았다.

와인 리스트는 꽤 다양했는데, 가격대도 부담스럽지 않았다.
친구가 추천한 레드 와인을 한 병 주문했고, 잠시 후 따뜻하게 공기와 섞으며 향을 퍼뜨리는 와인이 우리 앞에 놓였다.
잔에 따라 마주 보며 건배를 한 순간, 진짜로 ‘오늘이 시작됐다’는 느낌이 들었다.

첫 모금은 너무 부드럽고 향이 좋아서 말을 잊었다.
“야, 이런 시간이 너무 그리웠다.”
누군가 중얼거리듯 말했고,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그제야 알았다.
우리가 필요한 건 시끄럽고 떠들썩한 시간보다, 이렇게 가만히 앉아 서로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여유였다는 걸.


■ 와인이 만들어 준 여유로운 대화

부천퍼블릭의 분위기는 대화를 자연스럽게 깊게 만들어준다.
큰 음악 소리도 없고, 불필요하게 시끄러운 요소도 없다.
그래서인지 평소에는 잘 하지 않던 속 깊은 이야기들도 하나씩 꺼내게 된다.

한 친구는 요즘 회사에서 팀장 승진을 앞두고 부담이 크다고 했다.
다들 기대하는데 자신은 준비가 덜 된 것 같아 불안하다고.
다른 친구는 최근 새로운 취미를 찾으려고 노력 중인데, 뭘 해도 예전처럼 재미를 느끼기 어렵다며 우울함을 털어놨다.

그 모든 이야기를 와인이 부드럽게 감싸주는 느낌이었다.
한 잔 들어갈 때마다 마음의 벽이 조금씩 내려가고, 대화는 더 깊어지고, 서로에 대한 이해도 더 높아졌다.
평소에는 바빠서 미처 알지 못했던 친구들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이었다.


■ 잠깐의 산책, 부천의 공기를 다시 느끼다

와인 한 병을 거의 비워갈 때쯤, 우리는 잠시 밖으로 나가 산책을 하기로 했다.
부천퍼블릭의 잔잔함에서 나와 부천역 주변 거리로 걸어가는 동안, 도시의 활기와 조용함이 묘하게 공존하는 분위기가 참 좋았다.
부천은 확실히 ‘살아있는 도시’라는 느낌을 준다.

조금 걷다 보니 자연스럽게 또 하나의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바로 동네에서 유명한 부천노래방이었다.
“여기서 노래하던 거 기억나냐?”
추억 이야기가 다시 시작됐고, 한동안 우리는 그 시절 얘기로 웃음을 멈추지 못했다.

친구 중 한 명은 갑자기 “가볍게 한 곡만 부르고 갈까?”라며 농담을 던졌고, 순간 다들 진지하게 고민하는 분위기가 되었다. 결국 우리는 오늘의 컨셉이 와인이고 퍼블릭이 메인이니 자제하자는 결론을 내렸지만, 대신 근처에 있는 부천가라오케에 잠깐 들러보기로 했다.
꼭 노래를 부르지 않더라도, 분위기만 보고 지나가도 충분히 좋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 부천가라오케에서 느낀 또 다른 부천의 매력

우리가 들른 부천가라오케는 큰 프랜차이즈 느낌이 아닌, 아늑하고 소규모의 프라이빗한 공간이었다.
조명도 은은하고, 무엇보다 방음이 잘 되어 밖에서 들리는 소음 없이 잔잔한 음악만 들릴 정도였다.

우리는 방을 잡지 않고 로비 쪽에서 메뉴를 살펴보고, 추억을 이야기하며 잠시 시간을 보냈다.
마이크를 잡지 않았음에도 가라오케 특유의 분위기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했다.
우리는 “다음 모임은 여기서 노래로 달려보자”는 얘기를 남기고 다시 부천퍼블릭으로 돌아갔다.


■ 다시 돌아온 부천퍼블릭, 그리고 두 번째 와인

부천퍼블릭으로 돌아오자, 앞서 느꼈던 감성과 편안함이 다시 몸을 감싸는 듯했다.
이번에는 가볍게 화이트 와인을 한 잔씩 주문했다.
레드 와인이 깊고 부드러운 감성을 줬다면, 화이트 와인은 가벼운 재치와 상쾌함을 주는 느낌이었다.

우리는 더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청춘 시절의 흑역사 이야기, 서로 몰랐던 연애담, 앞으로 이루고 싶은 꿈들, 그리고 요즘 가장 행복했던 순간들까지.
이야기는 계속 흘러갔고, 시간은 흐르는 줄도 몰랐다.

그렇게 부천퍼블릭에서의 시간은 우리의 하루를 특별하게 채워주었다.
너무 과하지도 않고, 너무 조용하지도 않은 절묘한 균형.
그곳은 우리에게 ‘쉬어도 되는 공간’이라는 것을 온몸으로 느끼게 해주는 곳이었다.


■ 집으로 돌아가며 느낀 부천의 여운

오늘 하루 동안, 우리는
● 부천역에서 만나
● 부천역노래방 간판에서 추억을 떠올리고
● 부천가라오케에서 잠시 분위기를 느끼고
● 부천노래방 거리도 지나며 예전 기억을 떠올리고
● 마지막으로 부천퍼블릭에서 와인을 마시며 감정을 나누었다.

부천이라는 도시가 이렇게 다양한 감정을 담아낼 수 있다는 게 참 놀라웠다.
시끄러움과 조용함, 활기와 여유, 추억과 새로운 감성이 공존하는 곳.
그리고 오늘 그 중심에는 부천퍼블릭이 있었다.

집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창밖을 바라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에게는 단순한 금요일 밤일 수 있지만, 오늘 나에게 부천에서의 시간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소중한 하루였다.
언젠가 또 다시 힘들고 지칠 때, 오늘처럼 친구들과 이렇게 편안한 시간이 필요할 때, 나는 또 부천으로 향할 것이다.

아마 그때도 다시 부천퍼블릭에서 와인 한 잔을 천천히 음미하고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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